아이를 키우는 친구가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애는 자동차를 정말 좋아하나봐. 울다가도 차만 타면 잘 자더라고. 아빠가 운전을 잘하는 걸 아니까 안심하고 자는거지.” 그는 아이가 자신과 같은 자동차 마니아로 자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대부분의 집이 비슷한 일을 겪는다. 아기는 정말 자동차를 좋아할까? 왜 자동차만 타면 울음을 그칠까?




자동차 제조사 혼다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들은 직접 조사에 나섰다. 감수를 맡은 일본 소리치유협회의 키타 케이치로 이사장은 “신생아에게는 태내에서 들리는 소리와 가까운 소리가 진정효과를 발휘한다”고 밝혔다. 엄마의 소리에 아기가 안심하는 것 아닐까? 혼다는 가설을 세웠다. 

① 아기는 태내에서 엄마의 심장소리 같은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주로 듣게 된다. 

② 그런데 혼다 자동차의 엔진소리도 250㎐ 이하의 낮은 주파수를 많이 담고 있다. 

③ 따라서 아기가 울 때 혼다 자동차의 엔진음을 들려주면 진정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어떤 엔진음을 틀어야 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37가지나 되는 자동차의 소리를 녹음해 주파수를 분석하기로 했다. 오디세이, 어코드, CR-V, 시빅 등 가정용 패밀리카를 비롯해 S600, 시티, T360, CR-X 등 구형 모델도 시험대에 올랐다. 심지어 NSX, S2000, 시빅 타입 R 등 스포츠카와 수소전지차 FCX 클래리티도 녹음했다. 거의 혼다 올스타즈 급이다.




분석 결과 2018년식 NSX, 1999년식 S2000, 2001년식 인테그라 타입 R이 신생아를 위한 최고의 엔진음을 내는 3대로 뽑혔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차로 꼽힌 것은 2018년식 NSX. 태내에서 들리는 주파수에 가장 가까웠다. 이에 혼다는 NSX의 엔진음을 들려주는 쿠션을 만들어 생후 반년~1년 반 사이의 신생아가 울 때 2분 동안 소리를 들려주기로 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12명의 아기 중 11명의 아이가 진정효과를 보였다. 혼다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는 아기를 안심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00% 효과 보장은 아니지만 기대를 걸고 싶은 기술이다. 아이가 울면 부모가 속이 타서다. 혼다가 2018년 10월에 2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3%의 어머니가 아기의 울음 때문에 외출이 걱정된다고 했다. 




그래서 혼다는 아이에게 쥐어줄 수 있는 자동차 인형을 만들었다. 이름은 사운드 시터(Sound Sitter). 왠지 베이비 시터란 단어가 생각나는 이름이다. 천으로 만든 동글동글한 모양이 앙증맞다. 안에는 작은 스피커를 숨겼다.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2018년식 혼다 NSX의 엔진음을 낼 수 있다. 평소에는 아이의 장난감으로 쓰고, 필요할 때만 소리를 틀어주라는 주문이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홈페이지를 보니 35세 남성의 사용 후기가 있다. “울기 시작하면 아내에게 안기기 전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 때문에 고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인형을 사용하면 울음을 그쳐주더군요. 같이 나갈 때 크게 울 일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놀이 공원에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효과는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 인형은 비매품. 현재로서는 팔 계획이 없다. 하지만 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내놓지 않을까란 기대를 건다. 사용하는 언어는 다를지언정, 자동차, 음악, 육아 등은 만국 공통이다. 




혼다의 이번 발표로 인해 나의 드림카 중 하나인 혼다 S2000을 사야할 이유가 더욱 확고해졌다. 언젠가 생길 아이를 위해 미리 스포츠카를 산다며 포장할 생각이다. 아직 연애도 하고 있지 않다만 미래에 써먹을 좋을 명분이 생겨서 기쁘다. 때가 되면 “나는 아이를 위해 불편한 수동변속기를 감수하고 S2000을 몰기로 했다”고 말할 것이다. 나의 또 다른 드림카인 포르쉐, 렉서스 F, BMW M 등의 스포츠카들 또한 이와 같은 조사 결과를 내놓길 희망한다. 스포츠카는 아이, 어른 가리지 않고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때문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