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중국 정부가 미국산 수입차에 매기던 관세를 40%에서 15%로 낮출 계획을 밝혔다. 우선은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의 한시적 정책이다. 하지만 의미하는 바는 크다. 2018년 6월부터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첫 번째 관세 인하다. 더 이상의 타격을 막기 위해 중국이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6월 15일, 미국은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산 로봇, 전자부품 등 약 500억 달러(약 56조 7,250억 원) 규모 품목에 25%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중국은 다음 날인 6월 16일에 미국산 자동차, 농산물, 에너지 등에 25% 추가 관세를 더하며 답했다. 그리고 7월 1일에는 기존 25%의 수입차 관세를 15%로 내리고, 미국산 수입차에만 40%의 관세를 매겼다.




이로서 중국에서 자동차를 팔려면 미국에서 들여오는 것보다 유럽에서 수입하는 쪽이 유리해졌다. 이는 미국 제조업 부흥을 목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부분이다. 그는 이전부터 중국의 자동차 관세 문제를 줄곧 지목했다. “미국은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매기는데 중국은 25%의 관세를 매긴다. 이는 공정하지 않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더욱 강력하게 응수했다. 2019년부터 2,000억 달러(약 226조 9,0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그런데 아직도 쓸 카드가 남았다. 지난 해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3,752억 달러(약 425조 6,644억 원)의 적자를 봤다. 중국은 무역 흑자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번다. 반대로 미국은 무역 적자의 절반이 중국에서 나온다.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전체 수출물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8.9%다. 그런데 전체 무역 흑자의 65%나 차지한다. 한편 미국에게 있어 중국 무역 비중은 8.4%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체 무역 적자의 47%를 중국이 차지한다. 결국 무역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은 지출이 확 줄고, 중국은 수입이 확 줄어드는 셈이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에 비해 유리한 상황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12월 1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이를 언급했다. “중국은 관세 때문에 합의를 몹시 바라고 있습니다. 중국이 한 달에 수십억 달러씩이나 내는 일은 과거엔 전혀 없었던 일이죠.”




그의 장담대로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승기를 잡은 모양이다. 중국은 90일 간의 무역 휴전을 제외하고선 세부 사항을 밝히지 않았다. 시장 확대를 두리뭉술하게 이야기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미국 측 발표에 따르면 미국산 농산물, 에너지, 공산품의 중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이 추가 관세 카드를 내려놓는 대신,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기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미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 또한 이를 반영한 부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중 무역 전쟁의 끝은 아니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발단이 된 지적 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기술 유출 등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가 다시 발동할 수 있다. 중국에 차를 팔아야 하는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셔터스톡, B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