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야마하가 2021년까지의 경영 계획을 발표했다. 모터사이클에 주력하며 사업 분야를 확장해 매출 2조 엔(약 19조 9,796억 원)을 달성하겠단 내용이었다. 그런데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모두 좋아하는 마니아로선 아주 아쉬울 내용도 포함했다. 야마하는 자동차 시장 진출 계획을 포기했다.




야마하는 “자동차 시장 진출을 여러모로 모색하며 자동차를 개발해왔지만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이유를 밝혔다. 사실상의 포기 선언이다. 이미 야마하 내부의 자동차 개발팀은 해산했다. 대신 현행 제품인 골프 카트를 바탕삼은 자율주행차 개발에는 계속 힘을 쏟을 계획을 밝혔다. 




야마하는 지난 2013년부터 고든 머레이(Gordon Murray)와 손을 잡고 자동차 산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F1의 천재 설계 엔지니어로 손꼽히는 그가 개발한 범용 프레임인 아이스트림(iStream)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강성이 높은데 구조도 간단해 소형차, SUV, 스포츠카 등 다양한 모델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야마하는 2013년에 아이스트림 기술을 사용한 2인승 시티카 모티브(Motiv)를 선보였고 2020년 양산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개발 지연 등 여러 문제가 생기면서 2017년 12월에는 2021년 이후 자동차 산업 진출로 말을 바꿨다. 그 사이 2인승 스포츠카 등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이며 계속 관심도 끌었다. 작지만 독창적인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야마하는 주력 사업인 모터사이클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성장 분야를 찾는다. 2021년까지 매출 2조엔(약 19조 9,796억 원), 영업이익 1,800억 엔(약 1조 7,981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모터사이클 분야에서는 개발도상국 판매 비중을 높이는 한편, 일본 생산 비중을 20% 가까이 줄이는 등 사업 구조를 바꿀 계획이다.




야마하는 “30년 앞을 내다보며 기존 기술과 신기술의 융합을 추진하려 한다. 필요할 경우에는 협력 및 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벤처 펀드도 마련했다. 더불어 로봇, 농업, 의료장비 등의 사업 분야를 키우며,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금융 서비스 또한 확대할 예정이다. 




주력 사업인 모터사이클에 집중하겠다는 야마하의 선택은 지금 상황에서 보면 분명 옳은 결정이다. 자동차 산업은 정말 어려운 산업이며 향후 방향을 종잡기 어렵다. 하지만 모터사이클만큼 재미있는 자동차를 만들어주길 바라던 입장에선 못내 아쉽다. 야마하 스포츠 라이드 콘셉트에 많은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야마하가 2015년 공개한 스포츠 라이드 콘셉트의 길이×너비×높이는 3,900×1,720×1,720㎜. 고든 머레이의 아이스트림 제조 방식을 사용하는 한편 CFRP(카본 섬유 강화 플라스틱) 기술을 사용해 무게는 750㎏에 불과하다. 만일 야마하 YZF-R1의 엔진을 얹었다면 어땠을까? 작고 날렵한 스포츠카를 원하는 입장에선 정말 군침 도는 차였다. 정말 아깝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야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