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일본인 디자이너 야마시타 슈이치(山下周一氏)가 일본 토요마 대학을 찾아 디자이너 지망생을 위한 강의를 열었다. 그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 2006년에 포르쉐로 옮겨와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의 외관 디자인을 담당했다. 강의 주제는 포르쉐의 디자인 철학과 방법. 해당 내용을 살펴 간략히 정리했다. 

◆ 처음부터 끝까지 


포르쉐는 모델 디자인을 내부 경쟁을 통해 정한다. 공모를 열면 여러 디자이너가 콘셉트를 제출한다. 그런데 중요한 부분이 있다. 선정된 콘셉트의 디자이너는 상품화 과정부터 완성까지 오롯이 맡는다. 신인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다. 콘셉트를 구상한 사람이 원하는 디자인을 오롯이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다. 


◆ 시작점은 911


포르쉐의 디자인 시작점은 911이다. 포르쉐 특유의 비율과 독특한 지붕선, 불룩한 뒷 펜더 등을 디자인 DNA로 삼고 있다. 이런 요소를 계속 지켰기에 시간을 넘어서는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고.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이자 포르쉐 디자인 총괄인 마이클 마우어(Michael Mauer) 또한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비율을 꼽고 있다.


◆ 완성은 손끝에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디자인 개발 과정 중에 클레이 모델을 만든다. 포르쉐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로 구상한 디자인을 클레이 모델로 만들어보면 화면 속 모습과 다른 부분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고. 따라서 손으로 곳곳을 만지며 이상과 차이를 좁혀나간다. 세밀한 부분을 다듬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편, 전기차 시대는 디자이너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의 기회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사용하기에 구동계가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들며, 냉각을 위해 공기 흡입구를 크게 만들 이유가 없어져서다. 따라서 디자인 자유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포르쉐 특유의 디자인도 지켜야 한다. 전기차 타이칸(Taycan)이 대표적인 사례다.


만일 포르쉐를 꿈꾸는 디자인 학도라면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야마시타 슈이치 디자이너에 따르면 전 세계의 디자이너 지망생들이 포트폴리오를 보내고 있고, 디자인 작업에는 항상 인턴이 함께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꼭 엄청난 자동차 디자인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자동차 디자인은 아주 전문적인 분업 시스템이기도 하다. 가령 스티어링 휠 또는 헤드램프나 테일램프만 그리는 디자이너도 있다. 


더불어 이제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또한 디자인의 대상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또는 그래픽을 다듬는 일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신세대 디자이너라면 유리할 부분이다. 멋진 아이디어로 시안을 만들어 포르쉐에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포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