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볼보자동차는 정말 잘 나간다. 물이 올랐다고 할까? 여백의 아름다움을 살린 디자인, 북유럽 가구로 꾸민 거실 같은 실내, 나긋한 승차감 등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예전엔 투박하지만 정이 가던 차였는데 이젠 세련미까지 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이들의 핵심가치인 안전은 그대로다. 아니, 한 발 더 나아갔다. 




“볼보의 안전철학과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확신합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이윤모 대표의 말이다. 10월 25일 강원도 정선에서 그를 만났다.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는 역시 대기 고객.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본사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최대한 많은 물량을 빨리 받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사 또한 한국 시장의 중요도를 알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보다 훨씬 많은 차들을 인도했어요.”




현재 볼보는 수입차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2013년에는 연간 2,000대도 안 되던 판매량이 올해는 8,500대를 넘길 전망이다. SUV 열풍과 맞춰 상품성을 개선한 새 모델을 쏟아낸 덕분이다. XC90, XC60, XC40을 합쳐 SUV 판매량이 절반을 넘는다. V90, V60, V40 크로스 컨트리까지 포함하면 전체 판매량의 75%를 차지한다. 




“현재 수입차 시장의 동력은 SUV에요. 5년 전에는 전체 판매량의 22%였는데, 지금은 31.2%로 늘었습니다. 볼보 또한 SUV 비중이 상당히 늘었지요. 우리는 인기의 비결이 안전이라고 봅니다. 볼보는 차급을 뛰어넘어 가장 안전점수가 높은 차를 만듭니다. 그리고 한국은 볼보에게 있어 유일하게 반자율주행 기능을 기본으로 다는 나라에요.”




안전. 볼보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볼보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고차 4만5,000여대를 사들이고, 피해자 3만7,000여명을 인터뷰하며 안전 연구 자료를 만들어왔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무도 다치지 않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최대한 사고를 피하는 것이 능동적 안전 기술이라면, 사고 발생 시 최대한 상해를 줄이는 것은 수동적 안전 기술이다.




볼보는 이 둘을 합쳐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라 부른다. 핵심은 감지와 보호다. 앞유리창 상단에 달린 두 가지 레이더(근거리, 장거리)에 카메라를 합쳐 바깥을 살펴 위험요소를 계산하며 움직인다. 볼보가 자율주행 첫 번째 단계라 부르는 파일럿 어시스트 2 또한 이를 활용한다. 앞 차와 거리를 조절하며 차선 중심을 맞추며 달리는데, 위험 시 피할 회피공간도 살핀다.




능동형 안전 기술은 충돌 위험을 빨리 알아차려 제 때 멈춰서거나 피해야 한다. 볼보의 시티 세이프티는 자동차, 자전거, 보행자 등을 감지해 필요 시 속도를 줄인다. 사고가 임박할 때 운전자 반응이 없으면 최대 제동을 걸어 멈춘다. 상대속도 시속 60㎞ 차이까지 충돌을 막을 수 있다. 




후방 충돌에 대비해 뒤도 살핀다. 김부규 볼보자동차 트레이닝 매니저의 말이다. “볼보는 20년 전부터 사각지대 카메라를 썼어요. 지금은 레이더도 사용하지요. 일반적인 차는 사각지대 탐지만 합니다. 하지만 볼보는 70m 뒤까지 살핍니다. 후방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서지요. 충돌이 예상되면 안전벨트를 당겨 운전자를 붙들고 브레이크도 걸어 2차 충돌을 막습니다.”




피할 수 없는 사고는 충격 흡수로 대응한다. 자동차의 뼈대인 플랫폼 설계부터 이를 반영해 만들었다. 승객을 지키는 차체 중심은 단단하게 만들어 변형을 막고, 대신 충격 흡수를 위해 구겨져야 할 부분을 정밀하게 만들어 충돌 에너지를 분산한다. 힘의 경로를 계산해 곳곳의 소재를 달리하는 등 상당히 까다로운 기술이다. 




가령 프론트 사이드 멤버는 다른 강판을 레이저로 붙여 만든다. “일반적인 차는 이 부분을 한 판으로 찍어냅니다. 하지만 볼보는 다른 소재를 레이저로 짜맞춥니다. 충돌 변형에 최적화하기 위해서에요. 한편 타인도 배려합니다. 하단 충돌 멤버는 다른 승용차의 크럼플 존과 높이가 같아요. 상대 또한 효율적으로 충돌을 흡수하면 생존율이 올라가거든요.”




볼보의 미래는 안전, 전동화, 자율주행에 있다. 볼보는 202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및 중상자 수를 ‘0’으로 만드는 ‘비전 2020’을 진행 중이다. 커넥티드 기능 강화 또한 계획의 일환이다. 일례로 빙판길 등 도로 상태 정보를 자동차끼리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한다면 해당 지역을 지나갈 때 더욱 조심해서 지나갈 수 있다. 




전동화에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3가지 구동계로 대응한다. 2021년까지 5가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폴스타를 전동화 고성능 브랜드로 육성한다. 2017년 10월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폴스타 1을 공개했으며, 2019년 하반기에는 전기차 폴스타 2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기 SUV인 폴스타 3도 준비 중이다.




자율주행차는 전기, 인간 중심, 안전의 3가지 핵심을 두고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는 엔진차에 비해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며, 인테리어 구상 또한 한층 자유롭다. 따라서 이동시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만들어 사람들의 삶을 바꾸려 한다. 아무래도 잠이 부족한 현대인에겐 자율주행차가 상당히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볼보는 잠 잘 때 덮는 모포까지 안전에 도움이 되는 모양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덮고 잘 땐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행여나 사고가 나면 모포로 꽉 잡아준다는 계획이다. 정말 안전에 대한 집착이 돋보인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