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이 미쓰비시를 다시 팔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다.


닛산은 현재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미래에 득이 될 것과 실이 될 것을 구분해 쳐내야 하는 상황. 영업손실 충격에 대비해 9,000억엔(약 9조 5,786억원)의 자금도 추가 조달했다. 남은 것은 미쓰비시 자동차의 처분. 미쓰비시 자동차는 2020년에만 1,400억엔(약 1조 4,90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닛산의 지분 정리 가능성이 주목 받는 이유다.


닛산은 2016년 2,370억엔(약 2조 5,223억원)을 출자해 미쓰비시 지분의 34%를 차지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미쓰비시를 더해 3사 연합 체계를 구축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시작은 좋았다. 닛산과 미쓰비시 사이 플랫폼과 구동계를 공유해 라인업을 강화할 비전을 그렸고,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은 연간 1,000만 대 생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 판매가 추락하는 상황. 코로나 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소비심리 축소는 계속될 전망이다. 빠른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미쓰비시 자동차의 지분을 유지해서 오는 장점이 크다면 손실을 감수할 수 있겠지만, 뚜렷하게 내세울 장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미쓰비시 자동차의 기술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생산 기지로의 활용성 또한 기존 공장을 닫는 마당에 필요하지 않은 가치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올해 7월에 3개년 경영 계획을 발표하고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투입할 신차도 여의치 않다. 닛산 입장에서는 적자가 계속되는 미쓰비시 자동차와의 자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사라졌다.


하지만 닛산은 “미쓰비시와 자본 구조를 바꿀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단기적으로는 닛산이 미쓰비시 자동차의 매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지분을 당장 처분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금액은 약 1,000억엔(약 1조 642억원)이다. 샀을 때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지분 20%를 차지한 2대 주주인 미쓰비시 상사에 넘길 가능성도 있지만 비싸게 팔긴 어려울 것이다.


닛산이 미쓰비시의 지분을 처분할 당위성이 있다면 당장의 현금 확보다. 하지만 현재 닛산이 쥐고 있는 현금은 2조 5000억엔(약 26조 6,072억원)이다. 따라서 당장 미쓰비시를 팔 필요는 사라진 상태. 수익을 회복해 비싸게 팔 거나, 당장 돈을 더 내고 살 구매자를 찾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계 자동차 제조사가 미쓰비시 자동차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자동차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볼보를 인수한 지리의 경우를 제외하면 세계 시장에서 써먹을 이름 있는 브랜드를 만들지는 못한 상태다.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가 미쓰비시 자동차를 사들인다면 수출 확대의 기회가 생긴다. 또한 중-일 관계를 고려하면 정부 차원의 홍보 거리도 생기는 셈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닛산, 미쓰비시,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