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영국 정부가 내연기관차의 판매 금지 시기를 2035년으로 조정할 계획을 밝혔다. 초기 계획인 2040년에 비해 5년을 앞당긴 것이다. 가솔린 및 디젤만이 아닌, 하이브리드도 금지 대상에 오르는 강경한 대책이다. 순수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 또는 연료전지 자동차(FCEV, Fuel-Cell Electric Vehicle)만 팔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영국 정부가 강력한 제제안을 꺼내든 이유 중 하나는 기후 변화 대책이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는 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2020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 앞서 이산화탄소 배출의 대처 방안을 강조한 바 있다. 영국은 해당 회의의 주관을 맡았다. 개최를 앞두고 강력한 안건을 냈다고 보는 이유다.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0’을 목표로 내걸고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해당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빠른 전동화가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영국 내에서 전기차의 점유율은 1.6%(2019년 기준)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해 영국 내에서 팔린 승용차 중 90% 이상이 가솔린 또는 디젤 엔진을 얹고 있다. 


한편, 영국 자동차 공업 협회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갑작스러운 기간 단축에 대한 비판이 주요 골자다. 영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관련 산업의 확대를 노린다. 중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전기차를 보고 있는 것.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할 상황이 됐다. 


전동화로의 전환을 빠르게 진행 중인 브랜드 중 하나는 폭스바겐.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40%를 전기차로 채울 방침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또한 20년 미래 계획을 공개하며 2039년 이후 출시하는 신차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와 연료전지차로 라인업을 채울 전망이다. 


부품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콘티넨탈은 2030년을 기점으로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의 개발을 중단할 예정이다. 해당 시기 이후에는 엔진 수요가 계속 줄어들 테니, 개발비를 추가로 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내연기관 관련 인력은 재배치해 전기모터 및 인버터 등 전기차 관련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이처럼 전동화는 시간의 문제가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연기관차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2040년 세계 석유 수요 예측에 따르면 전 세계의 승용차 대수는 지금보다 80% 가량 늘어나 20억 대가 된다. 선진국은 전기차 전환에 성공하지만, 신흥국에겐 쉽지 않은 과제다. 결국 계속 내연기관차는 살아있을 전망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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