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분야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두 회사가 협업을 맺었다. 슈퍼카 제조사 맥라렌(McLaren)과 럭셔리 패션 브랜드 벨스타프(Belstaff)다. 남다른(?) 철학으로 유명한 이 둘이 힘을 합쳐 근사한 옷을 만들었다. 협업 컬렉션의 이름은 캡슐(Capsule). 이들은 자동차 운전자를 위해 클래식하면서도 기능성이 돋보이는, 안락한 옷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맥라렌의 철칙은 기능이다. ‘모든 부분에는 기능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차를 만든다. 그러나 기능만 따지진 않는다. 엄청나게 빠르지만 도로에서도 몰 수 있는 슈퍼카처럼 실용성도 중시한다. 이는 벨스타프의 정체성 중 하나다. 이들은 천에 왁스를 먹여 내구성을 높이는 동시에 방수 효과를 높인 왁스드 코튼(Waxed Cotton)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 주로 찾는 옷인 이유다.




그래서일까? 맥라렌과 벨스타프의 합작품은 깔끔한 선과 심플한 실루엣을 자랑한다. 기능 덕후(?) 아니랄까봐 세밀한 곳까지 치밀하게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이들은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혁신적인 소재로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현했다”고 주장한다. 가령 가죽 재킷은 유연한 양가죽을 사용하고 옆부분에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해 팔을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목부분도 짧게 다듬어 고개를 좀 더 쉽게 돌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다른 옷들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일상에서의 활용성을 위해 의도한 부분이다. 심지어 색깔도 검은색과 군청색 위주다. 회사에 출근할 때도 편히 입을 수 있는 옷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이들은 “패션 업계에서 필수로 꼽히는 몇 가지 고전적인 스타일을 바탕삼아 옷을 만들되, 가능한 가장 우아하고 기능적인 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해링턴 재킷에는 온도 조절을 위해 레이저로 세밀하게 구멍을 뚫은 소재를 사용했다고.




벨스타프의 헬렌 라이트(Helen Wright) CEO는 이번 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우리 모두는 디자인, 성능, 혁신에 집착했습니다. 서로의 디자인 철학과 전문성을 합쳐 최고의 품질을 이뤄냈지요. 두 브랜드 고객의 요구에 완벽히 부합할, 새롭고 독창적인 고급 패션을 완성했습니다.”




맥라렌의 롭 멜빌(Rob Meville) 디자인 디렉터 또한 소감을 밝혔다. “맥라렌과 벨스타프는 브랜드 가치, 디자인 철학, 창조적 프로세스를 공유했습니다. 벨스타프의 전통과 기술을 존중하는 동시에 우리의 모터스포츠 경험을 더해 패션의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우리의 컬렉션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만을 오롯이 담아내 아름답게 만들었습니다. 과잉 요소는 없어요. 모든 것에 이유를 담았습니다. 이 같은 맥라렌의 원리를 다른 제품에 적용하면서 완성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맥라렌×벨스타프 컬렉션은 공식 온라인 사이트(https://www.belstaff.co.uk/men/collections/belstaff-x-mclaren/)에서 살펴볼 수 있다. 미리 살펴본 결과 가죽 재킷(950.S001)은 1,195 파운드(약 172만 원), 검은색 필드 재킷(850.S002)은 795 파운드(약 114만 원)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솔직한 마음으로는 앞부분에 맥라렌×벨스타프 로고를 크게 달아줬으면 어떨까 싶다. “나 진짜 자동차 마니아야”하면서 자랑 좀 하게… 맥라렌 스타일과 안맞게 너무 촌스러운 걸까?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맥라렌, 벨스타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