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이탈리아의 나르도(Nardo) 테스트 트랙을 재개장했다. 나르도 테스트 트랙은 1975년 피아트가 세운 자동차 성능 시험장. 길이 12.6㎞의 거대한 원형 코스인 ‘나르도 링’(Nardo Ring)으로 유명하다. 2012년 포르쉐가 기술 연구 목적으로 인수했으며, 최근 7개월 동안 개선 작업을 거쳐 재개장했다. 


나르도 링은 최고속도에 관심 있는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자동차의 최고속도를 겨루는 장소로는 이만한 곳이 없어서다. 12.6㎞의 긴 원형 주회로에 경사까지 만들어 놓아, 스티어링 휠을 꺾지 않고서도 시속 240㎞로 달릴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그 이상 속도를 낼 땐 스티어링 휠을 비틀어야 겠지만.


그래서 나르도 링은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1979년 5월엔 메르세데스-벤츠 C111-Ⅳ가 최고속도 시속 403.978㎞를 기록했다. 1982년엔 포르쉐가 928 S로 24시간 내내 6,377.25㎞를 달려 평균시속 265.72㎞를 기록했으며, 2002년엔 폭스바겐이 W12 나르도 콘셉트로 24시간 동안 7,740.576㎞를 달려 평균시속 322.891㎞의 기록을 세웠다. 


이런 초고속 테스트가 마음껏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르도 테스트 트랙 인수는 포르쉐의 신의 한 수 였다고 본다. 한편, 포르쉐는 남아공에도 서킷이 있다. 요하네스버그 근처에 자리한 키얄라미(Kyalami) 서킷이다. 해발 1,520m 높이에 자리한 키얄라미 서킷은 1967~1985년, 1992년~1993년에 F1을 유치한 이력이 있다. 2014년, 1,950만 달러(약 230억 원)에 인수했다. 


포르쉐는 앞마당인 바이삭(weissach) 성능 시험장, 나르도 테스트 트랙, 키얄라미 서킷 등 다양한 테스트 장소를 확보한 상태. 그러나 포르쉐 모델만의 개발을 위해 쓰기에는 너무 크다. 그래서 포르쉐는 나르도 테스트 트랙을 ‘포르쉐 엔지니어링 고객을 위한 성능 시험장’으로 쓰고 있다. 지난 7개월 간 3,500만 유로(약 464억 원)를 들여 개선한 이유다. 


포르쉐 나르도 기술 센터의 면적은 약 700여 헥타르(ha, 1헥타르는 10,000㎡다). 안에 자리 잡은 트랙만 20개가 넘는다. 포르쉐에 따르면 90개 회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모든 개발 단계에 대응할 수 있는 광범위한 시설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어떤 회사를 위해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는 좀처럼 알 수 없다. 이에 대한 포르쉐의 설명이다. 


“외부 고객을 위한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우리에게 있어 중요한 부분이며 포르쉐 정체성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죠. 포르쉐 엔지니어링은 고객의 제품 전략과 브랜드 정체성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엄격한 기밀 유지 정책에 따라 운영되고 있습니다.”


포르쉐는 나르도 기술 센터 및 테스트 트랙을 발판 삼아 더욱 많은 자동차 산업 관련사들과 협업할 계획이다. 포르쉐 나르도 기술 센터의 말트 라드만(Malte Radmann) 회장, 안토니오 그래티스(Antonio Gratis) 매니징 디렉터는 다음과 같이 향후 방향을 밝혔다. “나르도는 포르쉐 개발 전략은 물론, 자동차 산업 전반의 성능 시험을 위한 반석이다. 고객이 미래의 이동성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일례로 전기차의 급속 충전, 최신 운전자 지원 시스템, 커넥티드 서비스, 자율주행 등을 시험할 수 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포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