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의 벤처기업 릴리움(Lilium)이 전기로 작동하는 5인승 수직이착륙기를 공개했다. 어디서든 뜨고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2025년에 ‘비행 택시’ 서비스에 사용할 계획이다. 하늘엔 정체 구간이 없으니 복잡한 도심을 통과할 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더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릴리움은 비행 택시의 요금을 택시 수준에 맞출 계획이다. 


릴리움이 만든 비행 택시는 36개의 전기모터로 프로펠러를 움직여 난다. 비행속도는 시속 300㎞. 파일럿이 직접 모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최대 4명이 탈 수 있다. 이들은 현재 공항 택시 사업의 빈틈을 노린다. 일례로 미국 뉴욕의 JFK 국제 공항에서 맨하탄 중심부까지 거리는 30㎞가 넘는다. 택시를 타면 1시간은 걸린다. 요금은 70~80달러 선.(약 8만3,600~9만5,500원)


하지만 비행 택시를 타면 6분 만에 도착한다. 요금을 비슷하게 받아도 같은 시간이면 훨씬 많이 움직일 수 있으니 경쟁력은 분명 있다. 게다가 전기를 사용하니 기름값 걱정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릴리움은 5인승 수직이착륙기에 적용한 고정 날개로 체공이 가능해, 드론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다고 밝혔다. 


릴리움은 지금까지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1억 달러(약 1,194억 5,000만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 받았다. 현재 독일에서 시험 비행을 준비 중이다. 지상에서의 원격 조작 또한 시험 메뉴에 있다. 이들은 현재 몇몇 도시와 상업 진출을 두고 협상 중이다. 2025년까지 여러 도시에서 영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비행 택시의 본격 보급까지는 여러 과제가 있다. 필요한 기반 시설과 법규 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릴리움은 “자율주행이 아니고, 조종사가 직접 운항하기에 현재 규정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공항이나 서울을 오갈 때 교통정체에 시달리는 수도권 인근 주민들에게도 환영받지 않을까? 한국에서도 비행 택시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행 택시는 가까운 미래에 대규모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버와 키티호크가 전기 비행 택시 사업의 플랫폼을 준비 중이고, 보잉과 에어버스 등이 전기를 사용한 소형 비행수단을 개발 중이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업체인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보고서에 따르면 비행 택시 시장은 2040년까지 1조 5,000억 달러(약 1,792조 5,000억 원) 규모로 늘어난다. 그 중 여객 운송 시장이 8,510억 달러(약 1,106조 9,450억 원)를 차지할 전망이다. 


미래 사회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두고 택시, 라이드 쉐어링, 퍼스널 모빌리티, 비행 택시 등을 소비자가 선택해 이동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버가 비행 택시까지 눈독 들이는 이유다. 거대 플랫폼 안에 여러 선택권까지 갖춘 해외 기업들의 공세는 먼 일이 아니다. 해외 기업이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한 일부 국가의 사례를 밟지 않으려면, 우리 또한 탄탄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비행 택시 시대가 와도 택시 합승이나 논의하고 있을지 걱정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릴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