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020년을 끝으로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불리는 중국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 산업을 위해 해외 배터리 제조사들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LG 화학, 삼성 SDI, SK 이노베이션 등 국산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뛰어들 수 없었던 이유다.




중국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한다. 주행거리 150㎞ 미만은 제외. 150~200㎞ 1만 5,000위안(약 248만 원)부터 시작해 주행거리에 따라 늘어난다. 400㎞ 이상은 5만 위안(약 828만 원)이다. 액수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살 소비자는 많지 않다. 이를 이용해 해외 업체를 견제하며 자국 업체를 키웠다고 보는 이유다.




가령 중국은 배터리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면서 자국산 배터리 회사에 지원을 쏟았다. 동시에 배터리 생산 확대를 요구했다. 2017년 CATL와 BYD의 생산 능력은 17GWh, 16GWh였다. 그런데 2018년에는 31.5GWh, 21GWh로 수직 상승했다. 이들은 늘어난 생산량을 발판삼아 빠르게 점유율을 높였다. 




하지만 보조금 없는 상태라면 어떻게 될까?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저렴하거나 성능이 좋아서 ‘보조금 없이도 팔 수 있는’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그런데 전기차 가격과 성능은 대부분 배터리에서 기인한다. 중국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과연 2020년 이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낮은 가격과 성능을 모두 잡을 수 있을까?




또한, 중국 배터리 제조사 중 CATL과 BYD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경쟁력이 부족하다. 가령 중국 3위의 배터리 업체인 옵티멈 나노 에너지는 2018년 7월에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들의 생산 능력은 16GWh로 2017년의 BYD와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판매 능력은 따라주지 못했다는 평이다. 2018년에만 중국 배터리 기업의 30%가 문을 닫았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치면서, 중국 시장까지 공략한다면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을 충분히 압박할 수 있다. LG 화학은 중국 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며, 삼성 SDI도 미국과 중국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SK 이노베이션은 현재 헝가리, 미국, 중국에서 배터리 공장 신·증설 중이다. 




다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보조금이 없어진대도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새로운 규제를 걸 수 있어서다. 하지만 ‘보조금 떼고 정면 승부할 날’을 기다려온 이들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 LG화학의 김명환 사장은 지난 2018년 ‘KAIDA 오토모티브 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미래 전망을 밝혔다.




“국산 배터리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 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유럽, 북미 등 여러 시장에서 아주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이후에는 중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없어지지요. 보조금 없는 상황에서 진검 승부를 벌일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경험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격차를 계속 유지하며 앞서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를 팔 수 있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친환경만 보고 전기차를 사지 않아요. 가격만큼의 가치를 제공해서 소비자가 살만한 차를 만들어야지요. 우리는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를 선택하는 시대가 온다고 확신합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drivestory.co.kr)

사진 셔터스톡, BMW, 쉐보레, CATL, BYD